근황토크

글또 8기 다짐 - 슬럼프의 그늘에서 한발자국씩 걸어보기

비아 VIA 2023. 2. 12. 18:32

INTRO

괘...괜찮은건가?

작년 말부터 도무지 무언가를 할 기운이 나지 않는 날들이 반복되고 있다.

사실 '슬럼프'라는 것 자체를 그다지 인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괜히 '나 슬럼프인가?' 하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더 슬럼프에 매몰되는 기분이 들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저 조금 울적한 날들도 있겠지만 하루하루 지내다보면 다시 괜찮아지지 않을까하고 기대했었다.

그러다 글또 8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이번 기수는 쉴까 싶기도 했는데 지난 기수에 써두었던 글들을 살펴보니(알고보니 내가 무려 2020년부터 글또를 했었다!) 기록을 남겨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도 신청하게 되었다.

다짐글을 쓰는 김에 슬럼프에 관해서도 써보려고 한다.

슬럼프의 원인

1. 회사의 구조조정

내가 생각하는 원인 중 하나는 작년 말에 있었던 회사의 구조조정이다. 사실 스타트업들이 다들 어렵다보니 구조조정 자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날 조용히 구조조정 안내 메일이 오고 나서 많은 동료분들이 일주일도 안되서 퇴사하시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떠나시는 경우가 많았다. 어제까지도 아무일 없이 미팅을 했던 팀원분이 다음날 갑자기 데일리미팅에 안오셨는데 알고보니 퇴사하신 상황을 겪고 나니 마음이 싱숭생숭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회사에서 이런 상황을 조용히 처리하고싶은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그동안 열심히 일한 팀원에게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는 인사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쉬쉬하며 떠나야하는건지에 대한 의문도 들고 솔직히 나도 언제든 저렇게 내보내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미국에서는 이렇게 하루아침에 퇴사하는게 일반적이라고하던데 내가 아직 글로벌 정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인가. 회사에 남은 나는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해야 할까. 여러모로 고민이 많이 들었다. 구조조정 이후로 회사에 남은 다른 분들도 고민이 많으신 것 같았다. 과연 떠난 사람들에게도, 남은 사람들에게도 효과적(?)인 구조조정이라는게 있을까. 경영하는 사람은 그 나름의 입장대로 자신의 최선을 다한거겠지. '이끌거나, 따르거나, 비키거나' 라는 말을 많이 생각해본 시간이었다. 마음을 잘 정리하고 내가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차근차근하고 싶었는데 여러모로 맘처럼 쉽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2. 내가 바라는 나와 실제 나의 차이 (feat. 욕심)

이제 무려 3년차 개발자가 되었다!(2월이면 만 2년 4개월!) 사실 처음 개발을 시작했을때를 생각해보면 아득해질정도로 훨씬 할 수 있는게 많아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해지는 마음이 든다. 연차가 쌓인 만큼의 실력을 쌓았을까, 나중에 내가 만난 시니어들만큼 실력있고 커뮤니케이션도 잘하는 시니어가 될 수 있을까. 출근 전이나 퇴근 전에 개발 공부도 하고싶고 몇년 후에는 해외취업도 하고싶으니까 영어공부도 해야하고 개발 이외에 하고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도 시간과 공을 들여 잘 해내고 싶다. 미라클 모닝도 하고 매일 운동도 하고싶은데 현실의 나는 출근 전에 겨우 일어나고 헬스장은 충실한 기부천사다. 벅찬 계획을 세워두고 내가 바라는만큼 실천을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 받는 것을 반복한다. 내가 원하는 나와 실제 나의 차이가 크다보니 스스로를 괴롭힐 때가 많다.

3. 체력

다정함도 체력에서 나온다고 하던데 요즘들어 피곤함 -> 운동 안함 -> 체력이 약해지니 더 피곤함 -> 운동 더 안함의 굴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는 나름 PT도 받고 요가와 수영도 다니고 했는데 피곤하다는 핑계로 지속하지 않다보니 다시 시작하기가 어려워졌다. 아니 근데 운동을 꾸준히 할때는 건강해지는게 굉장히 더디게 티가 났는데 운동을 그만두고 나니 체력이 이렇게 빨리 저하되다니! 이제 정말 살기 위해서 운동을 해야겠구나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 할 수 없는 것

1. 전 세계 경제를 나아지게 할 수는 없다. 회사에서 맡은 일을 충실히 할 수는 있다 

사실 경제 전체가 어려운데 회사 구조조정 자체를 내가 막을 수는 없다. 내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건 회사 상황이 더 나아지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도록 충실히 일하는게 최선일 것 같다. 우선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보고 싶다. 이직 생각을 안해본건 아니다. 사실 외국계 스타트업에 지원해서 지금 회사보다 30% 이상 더 높은 연봉으로 오퍼레터를 받기도 했다. 구조조정을 하는 회사에서 연봉을 이 이상 높여줄리도 없으니 돈을 생각하면 이직하는게 더 나을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 회사는 좀 더 신중하게, 안정적인 회사로 결정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고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지 않고 조급하게 이직을 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지금 회사에 남기로 했다. 사실 회사 자체보다는 함께 일하고 있는 팀원분들을 아직 떠나고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컸다. 나 없이도 회사는 무탈하게 잘 돌아갈거란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좀 더 해볼 수 있는 것들이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차근차근 plan B도 대비는 해야할 것 같다)

2.  하루아침에 갓생을 살 수는 없다. 아주 작은 것들을 실천해볼수는 있다.

시간도, 에너지도 한정적인 자원인데 나는 나 자신에게 너무 무한대의(?) 기대를 하는 것 같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우선은 최소한의 계획을 세워야겠다. 올해는 회사에서 개발하며 배운 내용을 많이 기록하고 싶다. 회사에 문서들이 많이 부족하다보니 불편한 점들이 많았는데 내가 맡은 업무 내용 이외에도 기여할 수 있는 문서들이 있다면 최대한 작성해볼 계획이다. 회사에도, 미래의 후임(?)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많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 글또에도 좀 더 퀄리티 있는 글들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3.  단기간에 헬창(?)이 될수는 없다. 주 2회 헬스장에 갈 수는 있다.

꽤 오래 PT를 받았지만 어떻게 하면 운동에 중독되는지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1인이다... 그나마 수영과 요가는 재미있게 꾸준히 한 편이지만 그래도 요즘은 근력운동의 필요성을 느낀다. 아마 진심으로 운동을 사랑할 수는 없겠지만 주 2회 정도 헬스장에 가서 근력운동을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종종 재밌는 운동들이 있으면 도전해볼 예정이다(운동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인이 훌라 댄스를 추천해주셔서 올해는 훌라 댄스를 배워보고 싶다!)

 

OUTRO

슬럼프를 짧은 시간안에 극복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상태가 영원하지는 않을거란걸 안다.

힘내려고 애쓰는것보다는 힘을 빼고 내가 할 수 있는 아주아주 작은것들을 하다보면 나아지는 날들이 있겠지!

이번 기수 글또를 마칠때쯤에는 조금 더 나아져있기를 기대해본다.